'소울메이트', 빛바랜 일기장 속 빛나는 순간의 기록[TF씨네리뷰]
반짝이는 우정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그 시절로 돌아간다. 나와 함께 시간과 추억을 공유했던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르고, 더 나아가 그를 바라보던 그때의 내가 그리워진다. 찬란하게 빛나서 더욱 짙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 '소울메이트'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 분), 그리고 진우(변우석 분)가 기쁨과 슬픔, 설렘과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한 이야기를 그린다.
유난히 매미 소리가 나른하게 들리던 1998년 어느 여름날, 미소는 전학 첫날부터 학교에서 도망치고 짝꿍이 된 하은은 미소의 가방을 들고 그를 뒤쫓아간다. 그렇게 두 친구는 처음부터 서로에게 운명적인 끌림을 느끼고, 미소는 엄마가 아닌 하은의 곁에 남는다.
김다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미소 역을, 전소니는 고요하고 단정한 모습 뒤 누구보다 단단한 속내를 지닌 하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웃지 않는' 미소와 '여름 은하수' 하은은 함께 목욕하고 고양이를 키우고 밥을 먹으면서 모든 시간을 함께한다. 서로가 너무 달라서 더욱 끌렸던 두 친구,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우정은 하은의 첫사랑 진우가 나타나면서 점차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하은은 미소와 진우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를 느끼고,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갑자기 서울로 떠나는 미소의 목에 걸린 진우의 목걸이를 발견하면서 오해는 점차 깊어진다.
서울로 떠난 미소와 제주도에 남은 하은, 두 사람의 소통 방법은 오직 편지다. 미소는 혼자 힘겨운 나날을 보내지만 하은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자유롭게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고, 하은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내려놓고 선생님이 될 준비를 한다. 물리적으로 떨어진 만큼, 두 친구의 마음에도 거리가 생기면서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작품은 어른이 된 미소가 하은의 행방을 묻는 미술관 관장에게 '모른다'고 답하면서 시작된다. 이를 들은 미술관 관장은 의아해한다. 하은의 그림은 미소로, 하은의 블로그는 미소와 함께한 추억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후 미소는 블로그의 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고, 첫 만남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미소와 하은의 시점으로 풀어내며 원작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전개 방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익숙한 플롯 속에서 차별화는 바로 '그림'이다. 눈을 중심으로 실제와 똑같은 모습을 그리는 하은과 자유로운 추상화를 그리는 미소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장황한 설명 없이 두 캐릭터의 성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연 돋보이는 건 김다미와 전소니의 열연이다. 김다미는 자유로운 영혼이던 10대부터 불안한 현실, 그 안에서 더 흔들리는 20대를 거쳐 단단하게 성장한 30대까지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전소니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캐릭터를 더욱 묵직하게 그려내며 뭉클함을 안긴다. 미묘하게 변하는 캐릭터의 감정을 대사나 표정이 아닌, 오롯이 눈빛에 담아내며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열세 살에 처음 만나 스물일곱이 되기까지, 태어난 환경부터 타고난 기질까지 모든 게 다른 두 소녀가 서로 닮아가는 14년의 세월은 우정이나 사랑으로 정의하기에 깊고 복잡하다.
마치 변덕스러운 봄 날씨처럼 각기 다른 캐릭터에 이입하다가도, 한 발 떨어져서 마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나의 '소울메이트'를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시원하게 부는 바람부터 탁 트인 바다까지, 제주도의 풍경은 찬란하고 아름다운 청춘의 감성을 배가시킨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4분이다.
‘소울메이트’ 전소니 “다미 연기를 보고 NG를 낸 이유는요”
영화 ‘소울메이트’에서 변곡점이 되는 포인트는 ‘미소’(김다미 분)와 ‘하은’(전소니 분)의 샤워실 다툼 신이다. 10년 넘게 분신처럼 서로에게 버팀목이 된 두 친구가 제주도에서 헤어진 후 각자의 길을 살다, 수 년이 흘러 재회한 뒤 벌어진 일이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다. 하은의 남자친구인 ‘진우’(변우석 분) 집에 미소가 지내는 것을 안 직후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될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후 빈털터리가 된 미소가 오갈 곳이 없어 잠시 진우의 집에서 지내던 것이 하은에게 발각된 후 발생한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감정의 낙폭이 가장 큰 신이기도 하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 감정이 고조된 하은이 미소에게 샤워기 물을 뿌리는 장면도 있다. 김다미와 전소니 모두 감정을 정확히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이 최고조로 이를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앞서 김다미는 “그 신을 준비하는데 아직 감정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슛을 들어갔다. 많은 대사와 감정 연기를 하다 소니 언니가 샤워기 물을 뿌려야 하는데, 뿌리지 않았다”며 “제 연기가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을 언니가 안 거다.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아서 고마웠다. 얼굴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사이”라고 기뻐했다.
과연 전소니는 어떻게 김다미의 연기가 최선이 아니었다고 판단했을까. 배우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NG를 낸 것인데, 전소니의 판단이 틀렸다면 감독이나 상대 배우, 스태프들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전소니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스스로 NG를 낸 것. 한류타임스와 만난 전소니는 9일 샤워실 신의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전소니는 “다미를 보고 연기하면 정말 미소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하은이가 돼서 연기하게 된다”며 “그런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느껴지는 게 미소 같지 않았다. 느낌이 그랬는데 이건 틀리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제가 막 끊는 건 되게 무례한 일이니까”라고 운을 뗐따.
이어 “2~3초 동안 매우 집중력 있게 고민했다.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물을 안 켰다. NG가 나서 모니터 앞에 갔는데, 다미가 ‘어떻게 알았어?’라고 해줬다”며 “그 전에 이 신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데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물을 안 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샤워기 물을 뿌리면 젖은 머리와 옷을 말리는데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NG 한 번으로 인해 모든 인원이 20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전소니의 그 행동 하나로 수십 명의 스태프가 20분을 아낀 셈이 된다. 아무리 그래도 전소니가 상대 배우의 연기를 스스로 판단해서 NG를 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전소니는 “내가 잘 하고 싶어서 그 판단을 한 게 아니라 가능했다. 물에 젖는 것도 다미고, 말려야 하는 것도 다미다. 나는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는데, 다미는 꽤 고생스럽게 연기를 해야 했다. 왠지 다미가 고생스러워질까 봐 NG를 냈다. 당시에 그래도 다미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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