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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전 아직도 신비롭고 싶습니다."

by 사골국 2023. 8. 9.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M'자 머리여도 신비롭다…"제정신 아닌 영탁에 젖었죠"

"전 아직도 신비롭고 싶습니다."


말해 뭐하나. 이병헌은 여전히 신비롭다. 특히 그의 연기가 그렇다. '어떻게 저렇게 잘할까' 싶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제 옷을 입은 듯 '착' 달라붙는다. 
때론 위트 있다가도 때론 폭발적인 감정 열연을 보여주며 관객이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그랬다.
최근 이병헌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은 극 중 황궁 아파트 902호 주민 영탁으로 분했다. 이병헌은 'M'자 머리로 비주얼을 포기, 외모부터 말투, 행동까지 섬세하게 영탁을 그려내며 대체 불가한 연기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병헌은 영화에서 '반전'의 열쇠를 쥔 인물이다. 그는 "영탁은 여기저기서 당하면서 분노로 가득 찬 인물이다.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지만 제정신인 상태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병헌은 "대본에 나와 있는 '영탁'이라는 인물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촬영 전부터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서 '영탁'이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 갔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늘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느냐"고 묻자 이병헌은 "15년 전쯤에도 똑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는 막연하게 언제쯤 '부담'이 없어질까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병헌은 "막상 같은 질문을 또 받으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느껴진다. 이번 작품을 찍을 때, 제 감정대로 '이게 맞다'고 생각하며 자신 있게 연기했다. 
그런데 개봉을 앞둔 상황에 긴장이 밀려온다. '관객들에게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 안 되면 어떡하지?'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관객들에게 전달이 안 되면 극에 몰입하지 못하고 빠져나오게 되지 않나. 이처럼 영화를 보여드리기 전에는 15년이 지나도 같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병헌은 "배우는 작품이 끝나기 전까지 자신이 맡은 인물에 젖어 있어야 한다. 현재 상황, 사회적 신분, 감정 상태를 계속 생각하고 담아둬야 한다. 만약 4일 촬영하고 3일을 쉰다고 했을 때, 잠깐 가까운 곳에 놀러 갈 수도 있다. 
웃고 떠들더라도 한구석에는 계속해서 작품과 인물이 있다. 감정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배우가 갖는 기본적인 부담감이다"라고 털어놨다.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일반적인 '사람'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엄청난 재난으로 모든 것이 무너졌는데 아파트 하나만 살아남았다? 굉장히 만화적인 설정 아닌가. 그 안에 이야깃거리가 많겠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겠다 싶어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역시나 만족스러웠다"라며 "중요한 건 '재난'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다. 이 영화에는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다. 상식선 안에서 선과 악이 공존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싸움이 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는 이병헌이 김선영에게 따귀를 맞는 신이다. 그는 "김선영이 촬영 날 아침부터 '선배 어떡해요'라며 계속 걱정을 하더라. 제가 '다 연기지 않느냐. 한두 번 하냐.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계속 와서 엄살을 부리더라. 결국 '그만 좀 하라'고 했는데 점심 먹고 또 오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병헌은 "세상에 태어나 맞은 따귀 중에 제일 아팠다. 0.1초, 찰나의 순간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싶었다. 더 황당했던 건 엄태화 감독이 '안 맞아도 되는 장면이었는데 왜 맞았냐"고 하더라. 리액션만 해도 되는 신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밖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병헌은 '건치 댄스' 밈이 유행한 것과 관련해 "왜 그런 것이 나오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병헌은 "처음엔 어떡하나 싶었지만 '이왕 나온 거 어떡하겠어'라고 단념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신비롭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영탁이 '권력'의 맛을 느끼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데뷔 30년이 넘은 이병헌의 실제 리더십이 궁금했다. 그는 "리더와는 거리가 멀다. 제가 무언가를 도맡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되게 힘들어한다. 리더가 되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지 않나. 그런 것들을 잘 하지 못한다"며 머쓱해 했다.
또한 '베테랑' 배우 이병헌은 '연출'에 관심이 없을까? 최근 이정재부터 하정우, 정우성까지 배우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감독으로 나서고 있다. 
이병헌은 "사실 연출까지 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럽다. 나도 능력이 있으면 하고 싶지만, 지금은 제가 잘 하는 걸 하고 싶다"라고 연기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전세계적인 화제작 '오징어게임2'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시즌2 대본을 읽어 봤다. '와 황동혁 감독은 정말 이야기꾼이구나,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황 감독은 천재 같다. 시즌2가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지? 싶다"고 말해 기대감을 안겼다.
이병헌은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한 외신의 추측 기사에 대해 "저도 몇 가지 읽어 봤다. 그런데 맞는 게 하나도 없는 거 같다"며 웃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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