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그리고 15살 딸 엄마'…'길복순' 그 자체의 전도연
"엄마와 배우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일이 아닌 엄마로 있을 때, 엄마로서 제가 해줄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려고 하죠.
배우와 엄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지는 않아요. 대신, 제가 못하는 것,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야기해요. 아이도 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저도 좀 아이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배우 전도연이 말했다. 우리에게 전도연은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 영화 '접속', '너는 내 운명', '밀양', 그리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일타스캔들' 등의 작품 속에서 이미 너무나 완벽한 배우였다. 전도연은 한 때 '영화나라 흥행 공주'라고 불렸고, '칸의 여왕'이라고 불렸다. 전도연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여전히 전도연은 도전을 계속하는 '배우'이자, '15살 딸의 엄마'이다. "세상에서 저를 제일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딸은 전도연을 엄마로 성장시키는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세계관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이어진다.
'길복순'은 킬러이자 엄마의 이름이다. 길복순은 킬러들을 관리하는 소속사 중 가장 크고 잘나가는 MK에서 1인자의 자리를 가장 오래 유지해 온 킬러이자, 15살 딸 길재영(정시아)의 엄마다. 변성현 감독은 "전도연을 보고 '길복순' 시나리오를 썼다"라고 했고, 인터뷰 현장에서는 "엄마와 딸의 대화를 쓰기 어려워 전도연 선배님의 집에서 선배님과 따님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배우로 살아가는 전도연과 재영(실제 전도연의 딸 이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전도연의 미묘한 간극이 사람을 죽이고, 사람을 키우는 '길복순'이 됐다.
"변성현 감독님이 '액션 영화'를 이야기했을 때, '저도 해보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감독님이 보셨을 때, 일할 때 전도연의 모습과 집안에서 딸과 있는 제 모습의 간극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영화계에서는 제가 감독님보다도 더 선배인데, 집에 가면 그런 모습 하나 없이 아이에게 쩔쩔매고,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지 모르는 엄마의 모습이거든요. 그 모습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포장은 액션 영화지만, 사실상 액션 영화만은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을 '길복순'에 녹여내신 것 같아요."
전도연을 지켜보고 쓴 작품이기에, '길복순'에게 이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도연 역시 "다른 작품에 비해 수월했던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 "제 상황과 맞닿아 있기도 하고요.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어렵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액션이 부담스럽고,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라고 많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러 장르를 경험해 온 전도연이지만, 홀로 이렇게 많은 액션을 소화해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액션 연습을 4개월 동안 매일 4시간 이상씩 했다.
변성현 감독이 킬러로 살아온 '길복순' 캐릭터에 자연스러운 근육 몸매를 원했기에 다이어트는 할 필요가 없었지만, 웨이트 트레이닝도 함께 했다.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관리했다. 전도연은 "몰라서 더 용감했던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노력의 시간을 전했다.
"후회할 시간에 더 연습을 많이 했어요. 쉬는 시간에도 액션 연습을 했고요. 스스로 한계를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 한계를 넘어서야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걸 극복하고 넘어서고 싶었어요. 그런 순간이 많았어요. 사실 누가 제 연기를 의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인정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인정도 있지만 제 스스로의 인정도 있잖아요. '전도연에게 뭐가 더 있겠어'라고 제 정점을 만든 사람들에게 '아니다, 안 한 게 더 많다'라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완성한 '길복순'의 액션이 빛이 났던 것은 '몰라서 더 용감했던' 전도연이었기 때문이다.
'길복순'은 화려한 액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그에게 관객이 몰입하게 된 것은 찰나의 순간, 찰나의 표정, 찰나의 '전도연'이었다.
"액션도 버거운데, 감정까지 담아내라고. (웃음) 감독님이 어마어마한 감정의 디렉션을 주셨어요. '소녀 같은 얼굴이 있으면 좋겠다', '울분이 느껴지면 좋겠다' 등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하셔서 '네?'라고 되물으면 제 피드백을 듣지 않고 가세요. 그리고 모니터 앞에서 '선배님이 해내실 줄 알았다'라고 이야기해요. 저는 배우잖아요. 힘들어도, 감독님이 요구하면, 1부터 10까지 다 해내고 싶어요. 그 마음으로 해냈어요. 모니터를 보면 '어떤 걸 원하셨구나'라는 지점을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믿음과 신뢰가 쌓인 것 같아요."
변성현 감독에게 '길복순'의 모티브가 된 전도연의 딸은 현재 15살, 극 중 길재영과 같은 나이다. '길복순'이 청소년관람불가라서, 딸은 아직 보지 못했다. "제가 '일타 스캔들' 할 때도 '엄마가 무슨 코믹이야' 했고, '길복순' 할 때도 '엄마가 무슨 액션이야' 했는데요. 그래서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나중에 보겠죠. 세상에서 저를 제일 무시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과 한집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전도연에게 딸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를 엄마로 만들어 준 사람이기도 하다. 전도연은 딸의 '중2병(사춘기)'에 대한 질문에 "없진 않았을 텐데 무난하게 잘 넘어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제 딸아이가 요리를 너무 잘해요. 제가 뭐 먹고 싶다고 하면 유튜브로 보고 뚝딱 만들어주기도 해요. 요즘 애들은 유튜브 보고도 잘 만들더라고요. 사춘기의 마음을 직접 묻고 이야기하기보다는 가만히 놔둔 것 같아요. 그러면 나중에 이야기해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엄마들에게 아이들은 항상 아기 같잖아요.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더 지혜롭고, 영리하고, 그렇더라고요. 아이의 판단이 맞기도 하고요."
'일타 스캔들'로 안방극장 흥행 공주가 되었고, '길복순'으로 전세계 시청시간 1위를 했다. 혹자들은 '전도연 제2의 전성기'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전도연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해요. 눈뜨고 나니 마치 일약 스타가 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좀 자존심이 상했어요. 저는 흥행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좋은 작품을 찍었고, 성장해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시청률이 조금 잘 나왔다고 해서 '제2의 전성기'라고 언급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기분은 좋죠. 다음 작품을 위해 기다릴 수도 있고, 저 자신에게 좀 집중하려고 해요. '뭐가 될 거야'라는 건 아니고, 해오던 대로 하겠죠."
달라졌다. '일타 스캔들'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가 됐다. 그리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며 '칸의 여왕'이 아닌 좀 더 가까운, 옆집 남행선, 혹은 조금은 독특한 친구 엄마가 됐다.
"저는 작품 홍보 목적으로 갔는데, 그렇게 전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줄 몰랐어요. 무서웠어요. 제가 그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오픈해본 적이 없어서 겁이 났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좋았다'라고 해주더라고요. 저를 '롤모델'이라고 꼽아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지금의 저의 결과물을 보고 '롤모델'이라고 해주시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노력한 시간에 대해서는 모르시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무서웠지만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최근 오랜만에 팬레터를 받았는데요. 팬레터 주신 분의 나이가 17살, 20대 초반의 친구인 거예요. 자기의 고민과 '왜 이제서야 팬이 됐는지'라며 제 작품에 대해 회자하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스티커도 붙어있고요. 스티커는 제 딸 재영이에게 주라고도 하시고요. 너무 감사하죠."
시간으 흐름에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전도연이다.
"저는 제 스스로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제가 나이들고 있지만, 마음이 좀 다른 것 같긴 해요. 이 나이에 맞는 모습과 언어가 다른 것 같아요. 세월은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마음은 좀 안 늙고 싶어요. 그게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만, 좀 자연스럽고 싶어요."
민낯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가장 자연스럽게 웃었고, 답했다. '칸의 여왕'인 그가 물을 마실 때면 "죄송해요, 잠깐 물 좀 마실게요"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의 위치와 자리, 나이와 마음, 전도연은 여전히 앞으로도 '전도연이다'라는 믿음이 더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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